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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심단체




창고와 새

2011.06.13 05:27

박 다미아노 조회 수:6861

평화와 선,

하루에도 몇차례 들어가서 커피도 마시고, 끊지 못한 못된 습관도 이어가는 공간이 있습니다.
Sky light이 달린, 천정이 높고 Loading Dock과 Overhead Door가 설치된 사무실 창고 입니다.
지난 목요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느 때처럼 한 대 물고 서성이는데, 어디서 새소리가 들립니다.
헌데, 밖에서 들리는 새소리와는 분명히 다른 어떤 명정함이 느껴집니다.
혹시나 하고 안쪽으로 더 들어가 보니, 쇠로 만들어진 천정 구조물 위에 이름 모를 새 한마리가 앉아 있습니다.
몸은 진한 회색에 가까운데, 머리쪽에 스카프처럼 빨간 깃털이 나 있는 새가 얼떨결에 들어와 갇힌 것입니다.

언제 들어 왔는지 알 수 없지만, 이렇게 갇힌 상태로 며칠이고 나가지 못하면 굶어 죽게 되어 있습니다.
올커니. 의미 있는 일거리 하나를 찾았습니다.
얼른 가서 Overhead Door를 열어 젖힙니다. 마음껏 나가거라.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 사정을 말해 두고 밖에 나갔다가,
2시간 쯤 후에 사무실로 돌아 옵니다. 나갔겠지.

사람들이 왜 '새대가리'  '새대가리'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여전히 나가지 못하고 울고 있습니다.
혀를 끌끌 차면서도 마음이 조금 다급해집니다.
주위를 둘러 보다가 가볍고 긴 플라스틱 막대 하나를 발견합니다.
냉큼 집어들고 새가 앉아 있는 천정 구조물 쪽으로 쭈욱 뻗습니다.
새가 동요하기 시작합니다.
이리로 갔다 저리로 갔다 움직이면서 울음소리에도 불안함이 느껴집니다. 걱정하지 마. 널 자유롭게 해 주려는 거니까.

한참을 새를 쫓아 다닙니다.  쇠 막대를 두드려 소리도 내보고, 나무 젓가락 같은 걸 던져 보기도 하고.
헌데 새는 위로만 날아 다닙니다. 빛이 들어오는 Sky Light쪽으로 가서는 몇 번을 가로 막힙니다.
아랫 쪽에 훤히 열려 있는 Overhead Door 쪽으로는 아예 가질 않습니다. 바보야. 아래를 봐 아래를.

사무실 Drop Ceiling 윗쪽 어두운 공간으로 날아 들어간 새를 쫓아, 아랫쪽에서 Ceiling 타일들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나는 저 새에게 위협으로 밖에는 느껴지지 않겠구나 생각할 즈음, 새소리가 잠잠해 집니다. 나갔나 ?

다시 창고로 들어와 여기 저기 확인해 봅니다.
간간히 밖에서 들려오는 새 지저귐 외에는 눈에 띄는 움직임도 명정한 새소리도 없습니다.  되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잠시 무서웠겠지만,  결국에는 새가 내게 고마워할 것 같다는 확신이 마구 마구 몰려 옵니다.
밖에서 종알대는 새소리가 고맙다는 소리처럼 느껴지기 시작할 무렵,
어쩌면 새와 내가 별로 다르지 않을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도 참된 자유를 원하지만,  내게 자유를 주는 손길을 애써 피하려 하고 있을런지 모른다는.
나를 불편하게 하고, 내개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손길이 어쩌면 내게 자유를 주는 손길일 수 있다는.
진정한 빛과 자유는 낮은 곳에 있는데도, 나는 잘 모르고 있을 수 있다는.


좋은 한 주 되세요.